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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전야 - 장산곶매
독립영화 ‘파업전야’ 방송 전파 탄다
노동조합 결성을 둘러싼 노동자와 회사의 충돌을 그려 독립영화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는 영화 '파업전야'가 TV에서 처음으로 전파를 탄다.
31일 KBS에 따르면, KBS 1TV 'KBS 독립영화관'(금요일 밤 1시10분)은 특집 '한국독립영화의 전설'을 마련, 11월10일 '파업전야'를 방송한다.
'파업전야'는 이은ㆍ이재구ㆍ장동홍ㆍ장윤현 등의 연출로 1990년 장산곶매가 제작한 16㎜ 영화. 실제 노동현장에서 노동자와 함께 촬영해 리얼리티가 뛰어나다.
1990년 당시 정부로부터 상영금지 처분을 받아 대학가 중심으로 상영됐다. 이 때문에 상영현장에는 최루탄이 터지고 경찰이 투입되는 등 상영에 큰 난관을 겪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KBS는 "사회가 발전하고 민주화된 상황이라 '파업전야'도 자유롭게 상영할 수 있다"면서 "다만 이 영화가 갖는 상징성 때문에 방송 결정은 쉽지 않았으나, 'KBS 독립영화관'이 방송 최초로 상영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국독립영화의 전설'은 11월3일과 10일 두 차례 방송되며, 3일에는 독립영화 1세대 감독들의 작품인 단편 '아침과 저녁 사이'(연출 이익태), '색동'(연출 한옥희), '백일몽'(연출 이정국)을 방송한다.
파업전야 유죄판결
지난 10일 대법원 형사1부는 영화 ‘파업전야’를 만든 영화제작사 ‘장산곶매’ 대표 이용배(34)씨에 대한 영화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무등록 영화제작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심에서 장산곶매의 경우 현재 영화법상 등록이 필요한 영화제작업자-이익을 목적으로 반복해 영화를 제작하려는 자로 해석해 등록이 필요 없다고 판단했으나 영화법 제4조에 등록하지 않아도 되는 단체를 국가·지방자치단체 등으로 제한하고 있는데다 이씨가 영화제작업자 신고를 하지 않는 등 영화법을 어긴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씨는 89년 문화부에 영화제작자로 등록하지 않은 채 16㎜극영화 ‘파업전야’를 제작해 노동현장 및 대학가에서 상영했다는 데에 1심에서 유죄로 판결되었으나 2심에서 다시 무죄로 판결되었다.
성기명 작성일 : 2006년 01월 10일
줄거리
동성 금속의 생산현장에는 가난에 찌든 200여명의 노동자가 있다. 동성금속의 단조반에는 주완익(임영구)이라는 신입을 소개하고 단조반원들은 막걸리를 함께 마시며 그를 환영한다. 단조반원인 한수는 어떻게든 혐오스러운 가난을 벗어리고 싶어하는 노동자다.
동생을 대학에 보내고, 복제공장 노동자 미자(최경희)와 결혼하여 단란한 가정을 꾸리는 것. 그리하여 참고 일하며 절약해서 결국 부자가 되는 것이 꼭 이루고야 말 그의 꿈이다. 그러나 현실은 언제나 무겁고 답답했다. 관리자들에게 있어 노동자는 고장 잘 나는 기계에 불과했다. 해박한 지식을 가진 김전무(왕태언)는 앞으로 다가올지도 모를 노조건설 움직임에 대해 치밀한 사전준비를 해나가고, 한수는 평소에 알고 지내던 주임에게 회사편에 선 노동자로 포섭된다. 단조반의 중심인물인 석구와 원기는 노조건설을 결의하고 일상생활에서부터 조심스럽게 동료노동자들을 일깨워나간다.
그 첫 시도는 잔업거부였다. 그리고 이어서 절단반과 함께 특근을 거부한다. 이를 통해 단조반은 소중한 경험을 한다. 노동자가 없으면 공장은 결코 돌아갈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노동자는 단결했을 때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알게 된 것이다. 석구(조현모)와 원기(고동업)는 팽행한 긴장속에서 노조를 준비하며 노동자의식을 키워나간다. 단조반원중에는 40대 노동자인 동업(박종철)과 한수만이 빠져 있었다. 오로지 "밥줄"때문이었다. 한수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든다. 단조반 동료들에게서는 물론 미자에게서까지도 그 어떤 거리감이 느껴진다. 그때, 한수를 포섭했던 주임은 한수에게 반장승진을 미끼로 던지고 다급해진 한수는 평소에 의심해오던 완익을 고자질한다. 그로인해 완익은 대학생 출신임이 발각되고 해고와 동시에 구속된다. 그리고 동성봉사단이란 그럴듯한 이름으로 구사대가 조직된다. 여기에는 물론 한수도 포함되어 있다.
완익의 해고와 구속에 잠시 주춤하던 동성의 노동자들은 모든 어려움을 물리치고 마침내 노조창립대회를 갖는다. 그러나 회사측은 유령노조를 내세워 민주노조를 무력화시키고 핵심인물들을 모두 해고시킨다. 출근투쟁이 시작되었다. 이제까지 동료였던 동성의 노동자들이 구사대와 해고노동자로 나뉘어져 맞서야만 했다. 원기와 석구, 춘섭(엄경환), 재필(홍석연)등의 해고 노동자들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힘겨운 싸움을 계속해 나간다. 한수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 말할 수 없는 수치를 느끼며 미자를 찾아간다. 그러나, 미자는 위장폐업한 회사와의 싸움을 통해 건강한 노동자로 성큼 자라나 있었다.
아무런 위안도 찾지 못한 한수. 서로에 대한 실망과 배반감만을 확인한 두 사람은 차가운 절교를 선언한다. 한수는 원기앞에서 가난과 정망뿐인 자신의 삶의 응어리를 풀어 놓는다. 원기는 그것이 바로 "빼앗김"임을 이야기 해준다. 바로 그날밤. 원기는 잔인하게 테러를 당하고 피투성이가 되어 길바닥에 쓰러진다. 한수가 원기를 팔아넘긴 것이라고 오해한 단조반원들은 한수를 멸시한다. 가장 친하게 지내던 재만까지도 한수에게 욕설을 퍼붓는다. 한수가 비로소 자기가 관리자들의 농간에 속아왔음을 깨닫고 있을때 해고노동자들은 점거농성으로 회사측에 타격을가한다. 손에 흉기를 든 수십명의 깡패들이 동성금속으로 밀려들어온다. 찢기고 밟히고 터지는 혈투가 벌어진 후, 깡패들은 쓰러진 노동자들을 질질 끌고 나탄다. 관리자들의 얼굴에 여유있는 웃음이 지나간다. 동성 노동자들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진다. 마침내 한수는 기계의 스위치를 끈다. 이윽고 공장의 모든 기계가 멈춰서고 그들은 파도처럼 달려나간다. 그들이 임금노예임을 강요당한 바로 그 작업장에서 그들은 침묵의 사슬을 끊어버리고 노동자도 인간임을 당당히 선언한 것이다.
작품해설
<오! 꿈의 나라>에 이은 장산곶매의 두번째 장편 16mm 영화. 한 중소기업 노동자들이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노조를 결성하고 파업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노동자 의식의 변화를 보여준다. 사실적인 묘사로 노동자들의 삶과 정서를 생동감있게 표현했다. 영화사에 획을 긋는 작품이다.
민주화 운동이 진행됨에 따라, 민주진영 또한 정부의 도발적 행위에 대한 즉자적인 항의를 모아내는 수준을 넘어, 이론적으로 조직적으로 틀을 갖춰나가게 되었다.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의 요구를 담아내고자하는 문화운동진영도 다양하고 발전된 방식으로 국민들과 함께하고자 노력하는데, 이런 노력은 '영화'분야에서도 나타났다. 사진은 젊은 영화인들의 모임인 '장산곶매'에서 제작한 영화 <'파업전야>의 팜플렛이다. 1990년 제작되어 상영된 파업전야는 '파업을 선동'하고 '제3자개입금지 조항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정부에 의해 상영이 금지당하는데, 이를 피해 대학가를 중심으로 상영이 강행되어, 정부와 큰 마찰을 빚기도 했다.
'드라마'의 힘 - <파업전야>
윤 대 봉
<파업전야>를 보았다. 영화를 보고 가장 먼저 든 고민은 '과연 어떻게 쓸 것인가?'였다. 이 '어떻게'를 정리해 보면 다음 세 가지로 요약 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이 영화의 영화사적인 의미에서 쓸 것인가가 첫 번째이고, 아니면 그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중심으로 쓸 것인가가 두 번째가 될 수 있을 것이며, 그것도 아니면 단지 영화만 독립 시켜 내러티브와 스타일 적인 면에 대해서만 쓸 것인가가 세 번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사적인 의미에서 쓴다는 것은 독립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최근 몇 년간의 일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자료를 이전의 기록들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시대적 배경을 논한다는 것은 90년대 중반에 대부분의 학창시절을 보낸 필자에게는 현실감이 없으며, 거기에 그 당시 노동운동에 대한 지식은 운동권 친구를 둔 것이 전부이기 때문에 이것 역시 무리가 있다. 그럼 내러티브와 스타일은 어떠한가? 개봉한지 10년이 지난 영화를 지금에 와서 이렇다 저렇다 한다는 것도 무리가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렇게 되면 그것이 어떤 것이 되든 일단 부담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그래서 내린 결론은 일단 이 세 가지 입장에서 모두 접근해 가는 것이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이유로 인해 그리 심도 있는 논의는 이 지면에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변명이 되겠지만 그것은 필자의 역량이 부족하기도 함과 동시에 독립영화에 있어 한 획을 그은 영화에 대한 예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파업전야>의 영화사적인 의미에서 본다면 독립영화계에 있어 본격적인 사실주의 영화의 등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파업전야>는 이 영화를 중심으로 이전의 영화들과 이후의 영화들을 구분 짖는 기준점이 되는 영화이기도 하다. <파업전야> 이전의 영화들이 현실에 저항하는 방식은 대부분 비디오 다큐멘터리 형식을 띄었었다. 민족영화제작소가 그랬고 노동자 뉴스제작단이 그랬듯이 그 당시의 저항의 근원은 다큐멘터리였고 민중을 계몽하는 수단과 상영되는 영화들의 대부분도 다큐멘터리였다. 그런 흐름이 주를 이루던 89년이 지나고 90년에 등장한 영화가 <파업전야>인 것이다. <파업전야>는 장편 극영화로 이전의 다큐멘터리가 보여준 저항 방식을 계승하면서 극영화가 가진 장점을 활용한 최초의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이전의 다큐멘터리가 주는 리얼리티는 살리면서 영화적인 긴장감과 재미(?)도 동시에 추구한 영화로 자리 매김을 할 수 있으며 이것이 <파업전야>의 영화사적인 의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그 당시 시대적 배경은 어떠했는가? 영화가 나타내는 배경은 1987년 6월 항쟁 직후 노동조합 결성을 목표로 전국적으로 파업이 펼쳐지던 때이며 기업주들의 부당한 대우에 노동자들이 일제히 궐기한 때가 바로 그때이다. 또한 영화가 상영되던 시기는 한편의 영화를 상영하기 위해 쇠파이프와 몽둥이를 든 학생들이 곳곳을 지켜야 했고 잦은 경찰과의 충돌, 경찰의 급습과 체포, 그리고 필름과 영사기를 들고 도망 다니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던 때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어떠한 의미를 지니길래 경찰은 그렇게 과민 반응을 보였던 것인가? 다큐멘터리도 아닌 극영화에. 그 해답은 바로 영화가 살려낸 '리얼리티' 때문이고 또한 리얼리티가 실린 '드라마의 힘' 때문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묘사되는 작업장은 그 당시의 시대 상황과 크게 틀리지 않는다. 1988년 동성철강이라는 사업장에서 노동자들은 음식이라고 부르기에 형편없는 음식을 먹으며 연일 잔업과 특근에 열악한 작업환경, 그리고 저임금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다. 영화의 시작은 이런 환경에 견디다 못한 한 노동자의 식당에서의 궐기로 시작된다. 하지만 이런 궐기는 실패로 돌아가고 동성철강에는 부당한 대우가 이어질 뿐이다. 그러던 중 전 직장에서 해고된 경력이 있는 원기와 어느 정도의 계급의식을 지닌 석구를 중심으로 노조 결성 과정이 이어진다. 하지만 가난에 찌들어 이런 가난을 탈피하려는 한수를 고향 선배인 공장의 주임은 구사대로 이용한다. 한수의 고발로 위장 취업자였던 완익이 잡혀가고 회사의 탄압 속에 노조 결성을 주도했던 산재로 손가락이 절단된 동엽과 해병대 출신의 재필, 야학을 통해 의식화된 숙희와 술과 여자를 좋아하던 재만은 회사에서 퇴직을 당한다. 이들은 매일 회사 앞에서 노조 결성을 위한 투쟁을 계속하고 한수는 이들의 시선을 외면하며 자책 속에 구사대로서 매일 이들과 대치한다. 그러던 중 한수의 여자 친구인 미자의 공장이 파업에 들어가고 미자는 파업의 선봉에 선다.
한수는 더욱 괴로워하고 괴로움 속에 원기를 만나지만 원기는 그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사측이 고용한 '제임스 리'라는 청부업자에 의해 구타로 병원에 입원한다. 이에 격분한 석구, 동엽, 재필, 숙희, 재만은 밤에 공장에 침입하여 농성을 시작하고 결국은 깡패들에 의해 처참하게 구타당하고 끌려 나오게 된다. 이에 그 동안 자신이 이용당했다는 것은 알게 된 한수를 중심으로 노동자들은 궐기하고 각각 손에 무기를 들고 공장 안에서 뛰어 나오는 장면에서 스틸로 처리되고 End Credits이 올라간다. 이어서 기록 필름이 디졸브 되며 보여지고 스패너를 든 손을 서서히 들어 올리며 결의하는 한수를 보여주며 영화는 끝난다. 여기까지 나열한 줄거리는 그 당시의 시대상과 그리 틀리지 않는다. 영화 자체가 시대적 배경이고 영화에서 노동자들이 궐기하는 것도 실제 현실에 기인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런 사실감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함께 실제 작업 현장에서 노동자들과 합숙하며 이루어 낸 것으로 영화 속에 살아 있는 것이다. 당시 파업 중이던 실제 노동현장에서 촬영이 이루어졌으며 또한 실제 노동자들의 협조가 있었기 때문에 극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다큐멘터리가 주는 리얼리티가 그대로 전달되는 것이다. 이런 것이 바로 '드라마의 힘'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을 모사 했지만 오히려 현실보다 관객에게 더 다가 갈 수 있고 관객을 움직일 수 있는 그런 힘 말이다.
 마지막으로 영화의 스타일은 어떠한가? 영화는 90년도에 등장한 영화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스타일 적인 면에서 상당히 세련되어 있다. 다양한 카메라 앵글이나, 부드러운 장면전환, 클로즈업을 통한 이미지 샷들, 그리고 고정샷과 크레인 샷, 패닝 등 다양한 카메라의 움직임으로 영화에 동적인 이미지를 심어 주었다. 그럼으로 인해 영화를 관객에게 주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관객에게 다양한 시점을 심어 주며 생각할 수 있는 사고의 폭을 열어 주는 것이다. 우선 눈 여겨 볼 장면들은 영화의 시작 부분과 끝 부분이다. 영화의 시작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식당에서 형편없는 식사로 인해 궐기하는 노동자를 보여주며 시작된다. 이때 카메라는 인물을 360도 회전하며 극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는 단지 주동자만 끌려가며 마무리된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 부분은 다르다. 깡패들에게 끌려가는 동료들을 보고 궐기하는 한수를 중심으로 카메라는 360도 회전하며 역시 극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하지만 마지막 부분에서는 스패너를 들어 올리며 궐기하는 한수의 모습을 미디움 샷으로 느리게 보여주면서 영화의 결말을 열어 둔다. 따라서 영화의 엶과 닫음이 같은 방식인 카메라의 회전으로 대칭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로써 이 영화가 관객에게 전달하려는 아니 관객의 몫으로 남겨두려는 메시지가 완성되는 것이다.
또한 주목할 것은 이 영화에서는 하이 앵글로 찍은 샷들이 많다는 것이다. 크래인 샷을 통해 서서히 하이 앵글로 가던가 아니면 고정샷으로 하이 앵글인 장면들이 많이 등장한다. 영화의 도입부에서 작업반장과 조회하는 장면이나 원익과 석구가 계단을 오르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라던가, 공장 정문 앞에서 투쟁하는 원익과 석구등이 주었던 전단지를 노동자들이 모여서 보는 장면들은 하이 앵글로서 보여 준다. 이것은 관객에게 관찰자 시점을 부여하며 마치 그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이것은 영화에 사실감을 주게 되는 장치가 되는 것이다. 영화는 카메라 앵글들 뿐 아니라 공장 외부 배경의 이미지 샷을 통한 장면전환이나 작업 현장의 클로즈업을 통한 이미지 샷들로 영화를 상당히 부드럽게 만들어 준다. 이렇듯 <파업전야>는 당시로서는 상당히 세련된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세 가지 측면에서 영화를 접근해 보았다. 하지만 이 영화가 큰 힘을 가지는 것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사실에 바탕 한 드라마이다. 이전의 다큐멘터리들은 어떻게 보면 정보의 전달이라는 기능이 더 컸었다. 하지만 <파업전야>는 장편 극영화라는 형식을 취하면서 관객에게 더 편하게 다가가게 된 것이다. 따라서 관객들은 영화에 더 편하게 접근하게 되고 더욱 능동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반응들은 <파업전야>가 상영되던 당시의 분위기와 상영되고 난 후의 관객의 분위기를 통해서 나타난다. 그리고 이것이 <파업전야>가 가지는 가장 큰 힘일 것이다.
노동자를 다룬 영화하면 생각나는 나라는 영국이다. 굳이 감독을 들자면 켄 로치 감독이고. <파업전야>를 보면서 <빵과 장미>(켄 로치 감독, 2000년)를 생각했다. 그리고 두 영화가 참으로 닮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파업전야>가 상영된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 왜 우리는 <빵과 장미>같은 영화가 나오지 않는지 궁금해 졌다. 그리고 그때보다 지금이 살기 좋은지 잠깐 생각해 보았다. 인간다운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생각도 함께.
HR
영화 `파업전야` 상영 당시 연세대에 모여든 학생들 ⓒ박용수
당시 영화 `파업전야` 홍보 대자보 ⓒ박용수
학생대표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는 상영장내 학생들 ⓒ박용수
영화 `파업전야` 상영장을 가득 메운 관람객들 ⓒ박용수
장편 노동영화인 '파업전야'를 보기 위해 늘어선 줄 ⓒ박용수
주먹을 쥐고 구호를 외치는 학생들 ⓒ박용수
위의 6장의 사진 출쳐 :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사료관
철의 노동자 - 안치환
안치환 2집 - 노래한마당(1991)
안치환
No.2 - 철의 노동자
1. 아무일 없었다는 듯
2. 노동자의 길
3. 철의 노동자
민주노조 깃발 아래 와서 모여 뭉치세 우리 뜻 우리 피땀을 빼앗을자 그 누구냐 강철 같은 우리의지 와서 모여 지키세 단결 속에 살아 있음을 온몸으로 느껴보세 단결 만이 살 길이요 노동자가 살 길이요 내 하루를 살아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 아- 민주노조 우리의 사랑 피땀으로 이룬 사랑 단결 전진 우리의 무기 너와 나 너와 나 철의 노동자
4. 지리산, 너 지리산이여!
5. 잠들지 않는 남도
6. 마른 잎 다시 살아나
7. 늘 푸른 생명처럼
8. 내 가는 이 길 험난하여도
9. 솔아! 푸르른 솔아!
10. 언제나 언제까지나
11. 백두여! 한라까지, 한라여! 백두까지
12. 우리의 손으로
철의 노동자
최도은 노동예술단 <선언>
"민주노조 깃발아래 와서 모여 뭉치세 빼앗긴 우리 피땀을 투쟁으로 되찾으세~"의 노래 <철의 노동자>는 1990년 영화 파업전야의 주제곡으로 우리에게 알려진다. 오늘도 투쟁의 현장을 이끄는 대표적인 노래<철의 노동자>는 영화 <파업전야>와의 연관 속에서 살펴봐야 한다.
90년 4월 어느 날 나는 1,500원의 관람료를 내고 인천대 인문관에서 생전 처음 노동영화를 봤다. 단조공장 노동자들의 사랑과 분노, 희망과 단결을 표현한 영화<파업전야>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전기가 나갔다. 곧이어 어둠 속으로 시커먼 바퀴벌레 같은 백골단 놈들이 몰려들어왔다. 나와 사람들은 사방으로 도망치려 넘어지고 연행되고 필름은 압수 당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노태우 정권 아래서 노동자의 삶을 담은 영화를 보는 것 자체가 불온시되는 상황이었다.
그 즈음 조선 중앙 동아 한겨레 등 일간지에는 연일 영화<파업전야>와 관련된 기사가 매일 올랐다(1990년4월5일부터 18일). "노동쟁의를 선동하는 영화 <파업전야>를 상영할 땐 처벌한다" "계급의식을 고취시키는 <파업전야>의 상영을 강행한 8명을 연행했다"는 글과 "필름을 압수했다"는 기사들이었다.
인천만이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필름을 빼앗고 백골단을 투입하여 관객을 끌어내는 일이 계속 됐다. 4월14일에는 광주지역노동조합협의회 주최로 광주 전남대에서 <파업전야>를 상영했는데 경찰은 상영을 저지하기 위해 헬기를 띄우고 천 여명이 넘는 병력을 투입했다. 마침내 검찰은 영화 창작자에게도 수배령을 내렸다. 더욱 기막힌 일은 영화를 보고 온 노동자에게 해고를 강요하는 사업주도 있었다. 검찰과 치안 당국은 이 영화가 파업을 선동하여 '제3자 개입금지조항'에 해당된다고 한 것이다.
노태우 정권의 폭압적인 탄압을 뚫고 이 영화는 전국 곳곳에서 상영되었다. 상영하는 곳 마다 노동자 학생 사수대는 백골단 폭력경찰과 맞서 싸우며 영화를 지켜냈다. 그리고 마침내 영화는 전노협을 통해 '전노협원년 세계 101주년 노동절 기념 영화'로 선정됐고 전국 곳곳의 지역노동조합협의회를 중심으로 현장 곳곳에서 상영되었다. 영화를 통해 주제가인 <철의 노동자>는 사람들에게 가슴을 울리는 노래로 남았다.
<철의 노동자>의 작사·작곡은 현재 대중가요 시장에서 유명세를 누리고 있는 가수 안치환이 만들었다. 또 영화의 창작자들도 지금은 충무로에서 이름 꽤나 날리는 감독들로 변해 있다. 80년대 후반 날이면 날마다 투쟁이 있었고, 노동자 투쟁이 한국사회 변혁의 전면에 서면서 운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전문예술가들이 노동문화에 참여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오늘날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철의 노동자>가 창작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전문예술가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활발한 대중투쟁이었음은 분명하다. 그만큼 <철의 노동자>는 이제야 비로소 진정한 주인을 찾아 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철의 노동자>는 바로 그 때문에 지금도 모든 투쟁과 집회의 현장에서 가장 사랑받으며 불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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