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에 예수님께서 그곳을 떠나 티로와 시돈 지방으로
물러가셨다. 그런데 그 고장에서 어떤 가나안 부인이 나와,
“다윗의 자손이신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제 딸이 호되게 마귀가 들렸습니다” 하고 소리질렀다. 예수님
께서는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으셨다. 제자들이 다가와 말하였다.
“저 여자를 돌려보내십시오. 우리 뒤에서 소리지르고 있습니다.”
그제야 예수님께서 “나는 오직 이스라엘 집안의 길 잃은
양들에게 파견되었을 뿐이다” 하고 대답하셨다. 그러나 그 여자
는 예수님께 와 엎드려 절하며, “주님, 저를 도와주십시오”
하고 청하였다. 예수님께서는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
에게 던져주는 것은 좋지 않다” 하고 말씀 하셨다. 그러자
그 여자가 “주님, 그렇습니다. 그러나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그 여자에게 말씀하셨다.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
바로 그 시간에 그 여자의 딸이 나았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등 대 (프란치스코)
◆가나안 사람들은 구약시대에 여호수아가 이끄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정복을 당해 노예가 되고 그 땅을 빼앗겼던 사람들의 후예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나안 여자한테는 그분을 다윗의 자손이라고 부를 권리가 없었다. 오직 이스라엘 자손들한테만 그렇게 부를 특권이 있었다. 이 부분은 구약시대에 이스라엘의 종이 되었던 ‘가나안 사람’을 언급함으로써 신약시대에 선교 활동의 지경을 확장시키는 의미를 담는다고 봐야 할 것이다. ‘다윗의 자손’으로 민족주의적 예수에서 ‘사람의 아들’로 세계적인 성격의 주님이심을 제시하는 셈이다. 주님이 처음에는 이스라엘의 잃어버린 양들에게 왔지만 그분의 구원은 이방인 여자에게도 향했음을 보여준다.
얼마 전 북한선교를 하는 미국인 선교사를 만났다. 북한은 우리 땅, 우리 고향인데도 우리 자신은 도외시하고 있는 현실인데, 스물여섯 살의 그 파란 눈의 미국 청년은 다른 민족이 겪는 아픔을 보고 외면할 수가 없어 자신의 욕망을 내려놓고 죽음을 오가며 북한 사람들을 돕고 있었다. 또한 얼마 전에는 하인즈 워드가 금의환향을 했다. 온통 매스컴의 초점은 미국 풋볼 MVP에게 쏟아졌다. 그의 성공과 출현으로 우리 사회의 권외자(outsider)로 취급받던 혼혈인이 사회 담론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그리하여 단군의 자손으로서 ‘단일민족’의 의미가 이젠 다양한 인종의 혼혈민족으로 확장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제 우리 한국의 믿는 자들 역시 믿음의 눈을 넓히고 열린 마음으로 사랑의 지평을 넓혀야 할 것이다.
박혜원(경남 거창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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