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과 제자들이 그곳을 떠나 갈릴래아를 가로질러 갔는데
예수님께서는 누구에게도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으셨다.
그분께서 “사람의 아들은 사람들의 손에 넘겨져 그들 손에
죽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죽임을 당하였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날 것이다” 하시면서 제자들을 가르치고 계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자들은 그 말씀을 알아듣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분께 묻는 것도 두려워하였다. 그들은 카파르나움에 이르렀다.
예수님께서는 집 안에 계실 때에 제자들에게, “너희는 길에서
무슨 일로 논쟁하였느냐?” 하고 물으셨다. 그러나 그들은 입을
열지 않았다. 누가 가장 큰 사람이냐 하는 문제로 길에서 논쟁
하였기 때문이다. 예수님께서는 자리에 앉으셔서 열두 제자를
불러 말씀하셨다.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고 모든 이의 종이 되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어린이 하나를
데려다가 그들 가운데에 세우신 다음 그를 껴안으시며 그들에게
이르셨다. “누구든지 이런 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
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나를 보내신 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등 대 (프란치스코)
어린이들과 함께 살기
◆오늘 복음 말씀은 예수님 수난에 대한 두번째 예고이고 ‘섬김’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예수님이 복음 안에서 많이 얘기하신 어린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아이들은 어떤 존재인가? 이루지 못한 부모의 꿈을 부모 대신 이루어 내라고 강요받거나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매를 맞고, 벌을 서며 ‘사회 규범’을 배워야 하는 존재인가? 물론 아이들의 선택을 존중하여 대안학교나 자연 속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도 있고, 어린 자식에 대한 부모들의 애정이 각별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일이 자연스러운 부모들이 무서워 체벌은 꿈도 못 꾼다는 교사들도 있지만 여전히 우리 아이들은 부모의 강요로 대여섯 개의 학원을 다니고, 선생님의 ‘사랑의 매’가 무서워 벌벌 떨며 눈물을 흘린다.
간혹 인권의 의미에 대해 착각하는 사람들을 본다. 마치 ‘인권’은 ‘군인’이나 ‘수형자’가 아닌 ‘어른들’한테만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참 답답하다. 많은 이들은 아이들도 어른들과 똑같은 인격체이며, 아이들의 의사와 선택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특히 우리나라 부모들은 아이들을 마치 자신의 소유물로, 자신들이 낳아 길렀기 때문에 그 아이에 대한 상당한 ‘지분’이 있는 듯 행동한다. 대표적인 말이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이다. 흔히 ‘요즘 아이들 똑똑해서 못 당하겠다’라는 말을 한다. 아이들이 말로 못 당할 정도로 자라고 나면 어른들은 소리질러 야단을 치고 버릇없다며 아이들의 입을 막아버린다. 아이들은 존중받고 사랑받아야 할 어른들과 똑같이 당당한 인격체이다. 부모도 선생도 아이들의 인권과 자유를 침해할 자격을 받은 적이 없음을 기억하자.
김덕진(천주교 인권위원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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