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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서글픈 자화상 '노네임 이력서'
          조회수 : 2575 , 추천 : 12 , 작성일 : 2003-04-03 , IP : 61.74.23.206 

작성자     김주철 홈페이지     http://


정보기술업체에서 재무를 담당하고 있는 박아무개(40) 부장은 최근 헤드헌팅업체 다섯 곳에 이력서를 보냈다. 이력과 경력, 자기 소개는 최대한 자세하게 기입했지만 이름은 머릿글자만 적은 ‘이름 없는 이력서’, 즉 ‘노네임 이력서’였다. 얼마 전 회사가 부서간 업무를 통합하면서 ‘명퇴자’로 확정이 된 뒤, 박 부장은 요즘 퇴사하기 전에 새 직장을 찾기 위해 이력서를 보낼 인력업체와 기업들을 알아보느라 여념이 없다. 
한 외국계 기업의 마케팅 담당 임원인 이아무개(43) 이사도 요즘 헤드헌터들에게 이력서를 보내고 있다. 현재 다니는 회사에 내년부터는 다니기 어렵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이사는 자신의 모든 경력은 밝히고 이름만 영문 머릿글자로 숨긴 이력서를 연락처와 함께 10여곳에 보냈지만 아직까지 회답이 없어 초조한 세월을 보내고 있다. 

최근 들어 기업들이 명예퇴직자를 위한 마지막 배려로 퇴사 전에 전직이나 재취업을 알선하는 ‘아웃플레이스먼트’ 제도가 확산되면서 이른바 ‘노네임 이력서’라고 불리는 40대 중간관리자들의 이력서가 헤드헌팅업계에 뿌려지고 있다. 

‘노네임 이력서’란 헤드헌팅업계에서 구직자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이름을 비우거나 또는 영문 머릿글자로만 표시한 이력서를 뜻하는 말이다. 특히 최근 들어 아웃플레이스 전문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명퇴예정자들의 ‘이름없는 이력서’를 대량으로 헤드헌터들에게 돌리고 있어, 요즘 헤드헌터 업계에 들어오는 이런 이력서가 부쩍 늘었다. 헤드헌팅업체 키스컨설팅의 소재동 수석컨설턴트는 “예전과 달리 직접 이력서를 이메일로 보내오는 구직자들도 많아졌다”며 “특히 지난 연말부터 금융권 감원 바람이 불면서 금융권 퇴직예정자들이 보내오는 ‘노네임 이력서’가 부쩍 늘어나, 요즘에는 전직이 가장 활발한 30대보다 40대들의 이력서를 더많이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40대 전직 희망자들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노네임 이력서’는 헤드헌팅시장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헤드헌터들 사이에서 ‘노네임 이력서’가 곧 ‘명퇴이력서’로 통하고 있기 때문에 전직 기회를 잡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한 헤드헌터는 “아웃플레이스업체들이 보낸 이력서나 또는 40대들이 직접 보내온 이력서를 읽어 보면 연령대에 비해 직무 경쟁력이 떨어져 전직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헤드헌터도 “40대의 경우 노동시장에서 고위층으로 성장하느냐 도태되느냐의 길목에 서는 나이”라며, “노네임 이력서를 받게 되면 직장 내 성공과 퇴출의 갈림길에서 밀릴 수 밖에 없는 대다수 40대들의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해진다”고 말했다. 구본준 기자 bon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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